“아무런 맥락 없이, 느닷없이 발표한 터라 당혹스럽다.”
정부·여당이 발표한 ‘의대 정원 한시적 증원 방안’을 재검토해 달라고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린 순천향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윤형 교수가 한 말이다. 박 교수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방안을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지난 7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전국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14명과 함께 국민청원을 올린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장기적이고 세부적인 계획 없이 당장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발표한 것 자체가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전두환 정권 당시 의사가 모자란다는 컨센서스(consensus)가 형성되면서 의대가 20개소 이상 늘었다. 이어 김영삼 정권 때 공약으로 강원의대, 제주의대, 서남의대 등이 신설했다”며 “김대중 정권 때는 의료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대 정원의 10%를 줄였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 때는 이공계 우수 학생들이 의대로 과잉 흡수되고 있다며 의학전문대학원제도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이번에 추진되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아무런 맥락 없이, 느닷없이 발표한 터라 당혹스럽다”고 했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대표적으로 늘어난 의사 4,000명 중 500명은 기초과학과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 인력으로 충원하겠다는 부분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제약·바이오 분야는 본인들이 직접 투자해서 인력을 뽑아야지 왜 국가가 보내주느냐”며 “역학조사관으로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는 이유도 계약직 등 근무 조건 때문이다. 틀을 개편하면 지금도 지원할 의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필수의료 분야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가 억지로 인력을 배치한다면 제대로 돌아가겠는가”라며 “기존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공중보건장학의사제도도 있었고 특정의무지정의사라는 제도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경제적인 인센티브와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이국종 교수도 중증외상 분야를 떠나고 싶다고 하지 않는가”라고도 했다.
폐교된 서남의대 입학정원으로 공공의대를 설립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국립과 사립대학이 있을 뿐 공공대학과 민간대학은 없다. 공공의대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기존 의대에서 공공의료 분야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의사가 부족하다고 할 때는 정확한 추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의사 수 추계는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며 “그저 숫자를 제시했을 뿐 현실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나라마다 보건의료 상황이 다른데 OECD 통계를 기준으로 의사 수가 적다고 단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August 08,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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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발표된 의대 정원 확대, 실효성 의문” - 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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