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방영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주인공 중 ‘안정원 교수’는 소아외과 전문의였다.
드라마 속에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소아외과 환자를 진료하며 울고 웃던 안 교수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환자들이 바라는 의사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드라마 속 안 교수의 모습은 멋있었지만 현실은 어떨까. 소아외과는 소아환자와 신생아 수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외과의 세부분과다. 현재 전국에서 소아외과 전문의는 35명에 불과하다. 1984년 소아외과 분과가 도입된 후 70여명까지 늘었던 소아외과 전문의들은 2010년대 1세대 의사들이 은퇴하면서 감소하고 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아 투자를 고민하게 되는 대상 중 하나일 뿐이다.
최근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소아외과 등 필수의료 과목 의사 수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슬의생 안정원 교수처럼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소아외과 의사들은 의사 수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소아외과 전문의 전국에 35명뿐…존폐 걱정할 판
대한소아외과학회 김성철 회장(서울아산병원 소아외과 교수)은 외과를 전공한 전문의들이 아직은 소아외과를 매력적인 세부분과로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소아외과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아외과가 외과에서 분리돼 별도 학회를 꾸린 것은 1984년이다. 당시 학회를 이끌던 1세대 의사들은 2010년대까지 현장에서 소아외과를 이끌었고 그때만해도 전국에 소아외과 전문의가 70명 정도 있었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 시작된 1세대들의 은퇴 후 소아외과 전문의 수는 급격히 감소해 현재 전국에서 활동 중인 소아외과 전문의는 35명 남짓이다.
소아외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외과 전문의 자격 취득 후 소아외과 세부전문의를 취득해야 하는데, 김 회장에 따르면 매년 소아외과 문을 두드리는 외과 전문의는 4~5명 수준이다.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지금부터다.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수익이 되지 않는 소아환자라는 현실이 소아외과를 점점 벼랑으로 밀고 있기 때문이다.
소아환자 수술 중 소아외과 전문의 집도는 16%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국의 상급종합병원 중 40%는 소아외과 전문의 없이 일반 외과에서 소아환자 수술까지 진행한다.
김 회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 소아환자 수술 중 소아외과 전문의가 하는 수술 비율은 16%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수술은 모두 일반 외과 전문의들이 하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소아외과 전문의가 필요한 이유는 신생아 수술 때문”이라며 “통계를 봐도 신생아 수술의 경우 소아외과 전문의가 하는 비율이 85%에 달한다. 신생아 수술을 위해 소아외과 전문의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장이 막힌 상태로 태어나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신생아를 수술해 평생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소아외과 전문의들”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현 소아외과는 2세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이들도 10년 정도 지나면 다 정년 퇴임을 하게 된다. 출생아가 줄고 소아환자 수익은 적고 병원들이 소아외과 전문의를 채용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 10년 후 정말 심각한 문제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그래도 지금은 매년 외과 전문의 4~5명 정도는 소아외과를 세부전공하겠다고 찾아온다. 아직은 외과의사들에게 소아외과가 매력적인 과로 보이는 것”이라며 “하지만 10년이 지난 후에도 이런 상황이라면 그 매력마저 없어지고 더이상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대 정원 확대로는 소아외과 문제 해결 안돼
의료계 반발을 사고 있는 정부의 의사 수 확대 정책의 최종 목표는 의료취약지에 의사를 보내고 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소아외과는 소아환자는 물론 신생아 수술을 위해 꼭 필요한 진료과목으로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의사 수 확대 정책의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아야 하는 필수의료다. 하지만 소아외과 의사들은 의사 수 확대 만으로는 소아외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의사 수를 확대하고 전공의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소아외과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각 병원에서 소아외과 전문의가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물론 낮은 수가를 올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가 인상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몇십 %에서 몇백 % 인상해도 어림도 없다. 그렇다고 수가를 1000% 정도 올려줄 수 있겠냐"면서 "그 또한 타과와의 형평성, 현실성 등을 따졌을 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현장에서 소아외과 전문의가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의사 수를 확대해 여러 분야로 진출시키겠다는) 정책 방향성은 이해한다. 다만 사람을 많이 선발했다고 해서 강제로 (정부가 원하는 분야로) 보낼 수는 없다. 젊은 의사들이 (소아외과 등 정부가 생각하는 필수의료분야를) 선택해 일하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상외과 지원 모델, 소아외과에 적용해야
그러면서 김 회장은 소아외과를 살리는 길은 중증외상센터를 모델로 한 전폭적인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소아외과의 어려움에 대해 학회에서도 많은 논의를 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부분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해결이 안된다”며 “정부가 외상센터를 지원하는 것과 같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외상센터 의료진 인건비를 보조하고 (보조를 받는 의료진은) 외상환자 외 다른 환자는 진료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준비하고 있다가 외상환자가 오면 합병증 없이 최대한 살리라는 것”이라며 “소아외과도 이런 방식으로 정책을 펴야 병원에서 소아외과 전문의를 채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외과 전문의도 소아환자 수술을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소아외과와는 차이가 난다. 7~8세 정도 아이의 충수돌기염 수술 정도는 일반외과도 할 수 있겠지만 신생아 수술은 그렇지 않다”며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어 신생아 수술을 못한다고 해서 타 병원 전원이 쉬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소아외과 전문의들은 스스로를 ‘천연기념물’이라고 부른다. 그냥 두면 없어진다는 것”이라며 “소아외과 전문의들은 그냥 두면 멸종되고 만다. 천연기념물이 된 소아외과 전문의를 지금이라도 국가에서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ugust 12,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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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늘린다고 '슬의생 안정원' 더 나오지 않아 - 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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