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대기시간 길어 불편…의대 정원 확대 찬성
정원 확대하면 의료서비스 질이 높아질지는 의문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의사들이 파업으로 맞불을 놓자 의료서비스 이용자들은 애가 탄다. 특히 병의원에 자주 드나들어야 하는 이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라며 답답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대 정원 확대 논란에 대해 정작 의료서비스 이용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정원을 확대하든 안 하든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절대적인 가운데 정원 확대를 놓고선 찬반이 비슷했다. 의료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면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과 의사 숫자가 늘어난다고 의료의 질이 높아지는 건 아니라는 목소리였다.
◆대기시간 길어, 의대 정원 확대 찬성
의대 정원 확대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는 '장시간 대기'라는 불편에서 나온다. 의료서비스 대기 시간이 길면 증상 악화에 심리적 불안이 더해지는 탓이다.
모친의 치매가 의심돼 최근 병원을 찾았다는 김성진(54) 씨는 "대학병원에 진료를 예약했는데 2주가량 기다려야 했다. 어머니 상태는 안 좋아지는데 진료도 제대로 볼 수 없어 마음이 타들어갔다"면서 "의사 숫자를 늘리는 게 당장은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든다 해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응급 상황이 잦은 곳에 의사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아암과 싸우고 있는 자녀를 둔 이종필(38) 씨는 "병동에 응급코드가 뜰 때마다 여기저기서 의사선생님들이 뛰어온다"며 "의사 선생님들이 얼마나 바쁘고 힘들게 일하는지 안다. 인력이 충원돼 덜 힘들게 일하셨으면 하는 생각을 해왔다"고 했다.
◆정원 확대가 능사는 아냐
의대 정원 확대가 능사가 아니라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는 주부 허정아(51·수성구 만촌동) 씨는 "무작정 의사 수를 늘리기보다 외과처럼 당장 일손이 필요한 쪽에 지원을 더 해주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게 맞고 생각한다"며 "의사를 늘린다고 해서 모두 실력 좋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고 했다.
김명호(89) 씨도 "의사를 왜 많이 뽑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시골에서 의료서비스 혜택을 못 받는다고 하는데 요즘 시골에 있는 사람들도 다 대도시로 가서 진료를 받으려 한다"며 "요즘 자가용도 다 있는데 주변 지인만 봐도 서울까지 가서 진료받고 온다. 돈을 더 들이더라도 좋은 시설, 이름 있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려고 한다"고 했다.
◆의료 질 높이기에 더 힘써야
뭐라고 해도 의료서비스 이용자들 입장에선 의료서비스 질 높이기가 우선이라는 입장이 절대적이다. 허리디스크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하영민(29) 씨는 "정말 중요한 건 의사 수가 아니라 의료의 질이라고 생각한다. 수년 전 허리디스크로 병원만 네댓 곳을 다녔다. 치료에 들인 돈만 1천만원 가까이 됐는데 병세가 호전된다는 느낌을 못받았다"며 "무턱대고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린다면 자질이 부족한 의사가 더 많아져 나와 같은 사례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부친이 뇌졸중으로 꾸준히 병원을 찾고 있다는 이성민(32) 씨도 "의사 수를 늘린다 해도 오히려 실력 검증이 안 된 의사들이 더 많아질까 걱정"이라며 "의사 수를 늘리더라도 자격요건을 더 철저히 한다거나 의료 질을 더 높이는 방안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August 09, 2020 at 04:04PM
https://ift.tt/2PEIL7z
의대 정원 확대, 의료서비스 이용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 매일신문
https://ift.tt/2YsqOx6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의대 정원 확대, 의료서비스 이용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 매일신문"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