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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만 남은 황실 정원, 짝퉁은 최고등급 관광지 됐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모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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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원 예술의 극치”

 
'청나라 황실 정원' ‘정원 중의 정원’ 이라 불리는 원명원(圆明园). 그러나 베이징 여행 코스에서는 늘 우선순위에서 이화원(颐和园)에 밀리곤 한다. 천안문 광장 8배에 달하는 면적에 지레 겁먹은 것도 있겠지만, 아편전쟁 당시 영국 프랑스 연합군에 의해 파괴돼 왕년의 화려함을 간직하고 있지 못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아편전쟁 때 파괴된 '원명원' 복원 놓고 의견 분분
원명원 본 따 만든 짝퉁 원명원은 국가 관광지 선정

원명원 [사진 마펑워]

원명원 [사진 마펑워]

 
얼마 전, 중국에서는 원명원의 복원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10월 18일, 원명원은 무료 개방 이벤트를 펼쳤다. 파괴 160주년을 기념한 행사였다. 이 날, 중국 SNS에는 “원명원 160주년”과 관련한 해시태그가 수없이 올라왔다.
 
원명원 복원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아픔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지금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와 “제대로 복원해 전성기 아름다움을 되찾아야 한다”로 의견이 갈린다.
 
당초 원명원은 소실된 폐허 그대로를 보존했다가 2008년을 기점으로 대규모 복구 작업을 진행, 예전의 모습을 조금씩 회복 중이다. 그러나 훼손돼 터만 남아있는 곳들이 많고, 내부 문화재도 많이 소실돼 완벽한 복원에 대한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있다.
[사진 환추왕]

[사진 환추왕]

 
원명원의 탄생은 청나라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707년(강희제 46년), 강희제가 넷째 아들 윤진에게 선물로 준 정원이었다. 윤진(훗날 옹정제)은 부친에게 받은 이 정원을 황제 즉위 후 황실 정원으로 아름답게 조성했다. 중국의 정원이지만 18세기 유럽, 몽골, 티베트 등 각종 건축양식을 결합했고, 당시 해외에까지 ‘청나라 황실 정원’의 명성을 떨쳤다.
 
1860년 10월 18일, 화려한 명성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날 원명원에 들이닥친 영국 프랑스 연합군은 정원에 불을 지르고, 안에 있던 문화재들을 약탈해 갔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 남은 것이라고는 일부 석조 건축물과 무너진 벽, 부서진 기와 정도였다.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던 예전의 면모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이날은 중국인들에게 민족의 아픔으로 기억된다.
[사진 마펑워]

[사진 마펑워]

 
원명원 복원을 놓고 의견이 갈리지만, 출발점은 모두 역사가 담긴 문화재에 대한 애틋함일 것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원명원 파괴 약 100년 후 ‘짝퉁 원명원’이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원명원을 본따 만들었지만 중국 정부에서 인정한 공식 관광지에도 선정됐다.
주하이 원명신원 [사진 바이두바이커]

주하이 원명신원 [사진 바이두바이커]

 
소위 원명원 '짝퉁'은 대표적으로 2곳이 있다. 건설된 순서대로 열거하자면, 우선 1997년 완공 후 문을 연 ‘주하이 원명신원(珠海圆明新园)’이 있다. 주하이 원명원은 광둥(广东)성 주하이(珠海)에 원조 원명원과 1:1의 비율로 조성한 정원이다. 총 대지 면적 1.39제곱킬로미터, 6억 위안(약 1023억 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원명원 40경 가운데 18경을 재현했으며, 중국 4A급 관광지에 선정됐다.
 
다른 한 곳은 2016년 완공된 ‘헝뎬 원명신원(横店圆明新园)’이다. 저장(浙江)성 둥양(东阳)시 헝뎬(横店)진 소재로, 중국 영화 세트장으로 유명한 ‘헝뎬 잉스청(横店影视城)’에서 만나볼 수 있다.
헝뎬 원명신원 [사진 바이두바이커]

헝뎬 원명신원 [사진 바이두바이커]

 
총 면적 4.13제곱킬로미터, 전체 원명원을 1:1 비율로 그대로 복제해냈다. 경치의 아름다움과 건축물의 화려함을 인정받아 국가 5A급 관광지로 선정됐다. 국가 5A급은 중국 관광지 최고 등급이다.  
 
이곳은 건설 당시, 300억 위안(약 5조 1200억 원)이라는 거금이 투입된 것으로도 화제였다. 그중 건설 자금으로만 80억 위안(약 1조 3663억 원), 나머지 220억 위안(약 3조 7500억 원)은 문화재 모조품 제작 및 구매에 사용됐다.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헝뎬 원명신원 [사진 마펑워]

헝뎬 원명신원 [사진 마펑워]

 
“그러거나 말거나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할래”
 
헝뎬 원명원을 만든 쉬원룽(徐文荣)은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헝뎬그룹(横店集团)의 창시자인 그는 마음 속 한 켠에 ‘원명원 복원’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다. 그러다 헝뎬 잉스청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때, 그 꿈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미 은퇴한 그가 300억 위안 거금을 투자해 ‘짝퉁 원명원’을 짓는다고 하자, "헝뎬 잉스청 운영이 녹록치 않아 원명원을 지어 만회하려 한다"는 등 온갖 악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쉬원룽은 원명원 복원에 진심이었다. 80대 고령의 나이에도 공사 기간 내내 현장을 지켰고, 결국 (짝퉁이지만) ‘원명원 복원’이라는 개인의 소망을 이뤘다.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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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31, 2020 at 08: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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