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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가의 정원이야기(8)]여름, 정원탐방기 -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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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가 쌈지조경설계사무소장 울산조경협회 상임이사

여름휴가로 지리산 계곡에 갔다. 가는 길에 하동에 들렀다. 지인의 정원이 보고 싶어서였다. 5년 전 영국정원여행에서 만난 인연이었다. 그녀는 정원을 만들고 싶어 여행에 동참했다고 했다. 정원에 푹 빠져 30년간 하던 일을 접고 열정 하나로 정원을 가꾸고 있다. 가드닝 잡지에도 소개가 돼 사진으로만 접했던 정원이라 나의 궁금증은 더 커졌던 터였다.

굽이굽이 차를 몰다보니 마치 몽유도원도를 찾아가는 여정처럼 느껴졌다. 내비게이션이 이끄는 대로 점점 깊은 계곡과 골짜기를 지나자 드디어 집에 다다랐다. 가파른 언덕배기 위에 자리 잡은 집. 앞마당으로 발길을 옮기자, 와!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산세와 360도 펼쳐진 풍광에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정원을 만들 땅을 여기저기 물색하다가 처음 이 땅을 보고는 바로 그 자리에서 계약금을 건넸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 이색적인 정원. 영국정원풍경이 물씬 느껴졌다. 산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공간을 나누어 가꾸어 놓은 정원은 동선을 따라 걷다보면 요소요소 볼거리가 풍부했다.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꽃의 색감과 질감 형태에 따라 공간별로 테마를 주었다. 화이트가든, 허브가든, 플라워가든, 수국길, 중앙의 포멀가든 등 공간구획을 하고 테마에 어울리는 초화가 한창이었다. 화이트가든에는 직접 설계를 하고 목수와 함께 만든 퍼골라가 있다. 여름 땡볕아래 퍼골라는 정원과 잘 어우러져 그늘을 선사해 주었다. 회양목으로 깔끔하게 테두리를 두른 화단의 중앙부는 화이트핑크샐릭스가 포인트로 심겨져 있고 하부에는 밝은 잎을 반짝거리는 무늬염주그라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배경으로는 목수국과 참억새가 풍성하고 시원하게 자리 잡아 여름정원에 청량감을 더해 주었다.

3년이 지난 정원은 이제 채우기보다 비우기가 필요할 정도로 무성해 졌다고 한다. 무릎에 탈이 날 정도라 하니 정원을 돌보고 가꾼 열정을 가늠할 수 있었다. 우리는 한참을 퍼골라에 앉아 꽃과 정원에 대해 담소를 나누었다. 갓 쪄서 버터에 버무린 감자와 시원한 수박은 정원에 대한 기억과 함께 오래오래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정홍가 쌈지조경설계사무소장 울산조경협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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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 2020 at 07:0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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