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 의료서비스 향상을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자 적정수가 보장 및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10일 성명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부족한 지방 의료 인력의 보충에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병의협은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 명분으로 필수 의료 인력 부족과 함께 수도권 및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내세우고 있다”면서 “하지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의 제공은 의사 한 명만 있다고 가능한 게 아니다. 의료는 의사뿐만이 아니라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및 진료지원 인력 등 다양한 인력들에 의해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병의협은 이어 “지방의 의료 서비스가 대도시와 격차가 벌어지게 된 이유에는 의사 인력의 대도시 편중보다도 의사 이외 다른 보건의료 인력의 대도시 편중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지금도 지방에서는 의사보다 간호사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사 수만 늘리면 다 해결될 것처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의료기관에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 다른 진료 지원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의사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병의협의 지적이다.
이에 지역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건 의사 늘리기가 아니라 전체적인 지역 보건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라는 것.
병의협은 “대도시 이외의 지역에 인력들이 부족한 이유는 의사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와 같다”면서 “보건의료 인력들은 열악한 근무여건 및 생활 인프라, 대도시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임금 수준 등으로 인해 지방 의료기관 종사를 기피하고 있다. 지방의 근무여건과 임금 수준이 쉽게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직원들을 고용하는 의료기관의 상황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본적으로 저수가 시스템으로 인해 많은 환자를 봐야 의료기관의 운영 및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의료기관들은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생존하기 어렵다”면서 “의료 취약지역은 인구수가 현저히 낮아 적절한 의료 수요가 창출되기 어렵고, 취약한 도로 사정 및 대중교통 이용의 불편함 때문에 그나마 있는 의료기관들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진다”고 전했다.
아울러 “환자들의 대도시 대형병원 선호 현상은 지방 의료기관의 환자 수 감소로 이어져 지방 의료기관들의 경영난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결국 의료 취약지 문제의 핵심에는 적은 인구 수, 고질적인 저수가, 열악한 생활 인프라, 부실한 의료전달체계 등이 복합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했다.
병의협은 이어 간호대 정원 확대 사례를 언급하며 단순히 의료인력 배출만 늘린다고 해서 원하는 지역이나 분야에 인력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2018년 간호대 공동연구팀이 전국 1,042개 병원의 2010년과 2015년 간호인력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해당 기간 새롭게 면허를 취득한 간호사 수는 늘었지만 병원 내 간호사 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해당 기간 새로 면허를 얻은 간호사는 1만1,709명(2009년)에서 1만5,411명(2014년)으로 32% 늘었지만 조사 대상 병원의 70.1%(730곳)는 인력 수준에 변화가 없었고 10.3%(113곳)는 오히려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취약한 지방 의료 시스템의 핵심 원인인 저수가와 열악한 생활 인프라 문제에 대한 개선 의지가 없다”면서 “대도시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해결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정부와 관변학자들은 부족한 지방 의료 인력 보충을 위해 단순히 인력 배출만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고, 의료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에 정착할 시스템을 갖추기보다는 전체 병상 수를 강제로 줄이면서 지방에 공공병원과 3차 의료기관만 확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이러한 정책에는 지방 1차와 2차 의료기관을 고사시키고, 정부가 지방 의료를 완전히 통제하고자 하는 목적이 숨어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지방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은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대도시에 불필요한 잉여 인력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그리고 공공병원과 3차 병원의 지방 설립 확대는 엄청난 혈세와 건강보험료 낭비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이에 병의협은 “정부는 지방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의사 인력의 관점이 아니라 전체 보건 의료 인력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나아가 지방 보건 의료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핵심 원인인 고질적인 저수가, 열악한 생활 인프라, 부실한 의료전달체계 등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ugust 10, 2020 at 09:5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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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통한 지방 의료인력 보충, 실효성 없어” - 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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